푸레독으로 이름난 배요섭 장인이 1990년대에 제작한 <화수분단지>이다. 유약 대신 소금과 검댕을 먹여 색이 검푸르고 질감이 담백한 푸레독은 배요섭이 독보적이다. 뚜껑을 갖춘 아담한 단지 형태에 평굽이다. 몸체 기형은 둥실한 구형에 가깝고, 잘록한 원형의 꼭지를 단 뚜껑도 반구형으로 높은 편이다. 내부에는 입시울의 안쪽 턱에 거는 둥근 쟁반을 따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결합하거나 분리하여 쓸 수 있게 배려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곡식이나 물, 소금과 기름, 젓갈 등 여러 가지를 원하는 대로 담고, 꺼내도 고갈되지 않는다는 바람을 실어 작품명을 ‘화수분단지’로 붙였다. 몸체의 최대 직경 부근에 두 줄, 굽에 가까이 한 줄의 양각선을 횡으로 두르고, 그 사이에는 나무 헤라로 느린 물레의 속도에 맞춰 너울거리는 음각선을 율동감 있게 표현했다. 뚜껑에는 꼭지를 중심으로 양쪽의 마주 보는 위치에 대칭의 초엽 문양을 능숙한 필치로 음각하고, 그 아래에는 배요섭 특유의 사슬띠 문양을 일정 간격을 두고 새겨 익숙한 기형이 주는 시각적 단조로움을 해소했다. 1260℃의 고온에서 환원 번조한 질감은 발색이 짙고 깊은 광택이 감돌아 견고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