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레독으로 이름난 배요섭 장인이 1990년대 초반에 제작한 <어문단지>이다. 유약 대신 소금과 검댕을 먹여 색이 검푸르고 질감이 담백한 푸레독은 배요섭이 독보적이다. 푸르스름한 옹기를 뜻하는 푸레독 기술은 이미 잊혔으나, 1970년대 후반에 플라스틱의 범람과 광명단 파동을 겪은 뒤, 1986년경에 배요섭이 앞장서 재현했다. 기형은 구연부의 전이 두껍고 몸체의 곡면이 완만하고 탄력적인 중부지방 옹기의 단정형태이다. 높이가 40cm 가까운 이 독은 물동이 용도를 겨냥한 기형이다. 정수기나 생수가 보급되기 전에는 질그릇 동이에 수돗물을 받아 재워 두었다 사용하는 집이 많았다. 전용 소금가마에서 전통 푸레기법으로 1260℃ 고온 번조하여 짙은 은회색과 검푸른 빛이 감돌아 표면 질감이 오묘하다. 푸레독은 표면이 투박한 대신 기공이 열려 있어 저장과 발효에 효율적인 고급 옹기로 알려졌다. 몸체의 양쪽 중심에 물고기를 크게 음각하고, 사이 공간에는 초엽문을 새겼다. 도약하듯 사선으로 포치한 어문 등을 빠른 필치로 간결하게 묘사하고, 음각선 안에는 조갯가루(석회)를 감입하여 검푸른 바탕색과 효과적으로 대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