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레독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옹기장 배요섭이 조선시대 편병(扁甁)의 형식을 푸레독 기법으로 재해석한 <어문편병>이다. 편병은 통일신라 이래 조선으로 이어진 독특한 형식이다. 형태는 투박한 전통 편병에 비해 간결하며, 구연과 굽이 몸체와 함께 상하 대칭을 이루어 안정감을 준다. 기형은 구연부와 굽, 구연부와 굽에 연결된 둥근 테두리, 편평한 양 측면 등을 따로 만들어 결합했다. 테두리의 어깨 양쪽에 초화문을 새기고, 좌우 측면에는 하늘을 향해 마주 본 물고기 두 마리를 음각하고, 맞은편에는 물고기 한 마리와 초화문을 마주하듯 새겼다. 몸에 밴 빠른 필치로 활달하게 그린 문양은 단순하면서도 속도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구연부의 아래와 굽 주위에 배요섭 특유의 사슬띠를 촘촘히 둘러 정성을 기울였다. 사슬띠 문양은 배요섭이 1990년대 이전부터 어문과 함께 가장 즐겨 쓰던 문양이다. 편병은 술이나 물을 담는 휴대용 기물이며, 짐에 넣거나 말에 싣고 이동할 때의 편의를 위해 기형에 꼭 맞는 망태를 짚이나 지승, 삼끈 등으로 결어 완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