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1999)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한 <생명> 연작 가운데 한 작품이다. 색상이 다른 태토를 비율대로 섞어 만든 연리문을 배경으로 연꽃이 핀 연못과 나무, 그리고 구름을 다채로운 질감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나무는 얇게 판성형을 하여 가지와 잎의 질감을 침엽수처럼 표현했고, 연꽃은 물레나 판으로 성형하여 배치했다. 구름도 연리문으로 제작하여 시각적 효과를 강조했다. 김수정은 이 작품에서 주제와 구도에 대한 새로운 벽걸이 작업을 시도했다. 하나의 풍경 안에서 자연의 다양한 개체들이 어우러져 생성과 소멸, 그리고 즐거움과 슬픔을 여러 결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바탕을 이루는 연리문이 가진 물성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성찰한 김수정은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자연과 세상에 작가의 메시지를 보내며,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순환되는 것들의 존귀함에 대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