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벽)>(1999)은 1990년대 한국 현대 도예 전개 양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통 청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자연을 모티프로 삼았다. 김수정은 물레로 빚은 청자 접시와 발 형태를 활용하여 두 장의 연잎을 제작했으며, 사발을 변형하여 세 송이의 꽃을 형상화했다. 또, 그는 상감기법을 활용하여 연잎과 연꽃의 맥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입체인 도자를 캔버스에 부착하여 마치 부조와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이는 평면회화와 입체의 도자를 융합한 형식으로 전통 도자를 재해석하는 작가만의 조형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전통 청자의 제작 기법과 형태를 활용한 조형 작업으로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던 김수정의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