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벽)>(1993)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한 <생명> 연작 가운데 한 작품이다. 김수정은 벽걸이 작업을 시작하며 꽃의 형상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벽걸이 작업은 기존 작업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의 선택은 캐스팅 기법을 적용하여 새로운 형태를 찾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을 모색한 초기 사례로 이 작품을 들 수 있다. <생명>은 꽃을 조형 요소로 환원하여 새롭게 재구성했다. 색감과 구도를 대담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김수정이 기존 작업에서 보이던 대칭구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작품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