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벽)>(1993)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한 <생명> 연작 가운데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신라의 장신구 형태와 당초 문양 그리고 김수정 특유의 연꽃을 재구성하여 창작한 벽조형물이다. 이 작품의 화려하고 우아한 곡선은, 고려시대 <청자 투각 연화 동자문 주자>(고려 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443‧445)에서 보이는 투각문의 유려한 곡선 형식의 맥락을 이으면서도, 김수정의 고유한 감각으로 당대를 호흡하며 새롭게 재해석한 의의가 있다. 법고창신을 실천하는 김수정의 청자 작업이 현대 청자의 가치를 재고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