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유 호>(1977)는 김수정이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다. 철분이 많은 청자토를 소재로 물레성형하여 주적유(朱赤釉)로 시유하고 환원 번조했다. 이 항아리의 형태를 살펴보면, 항아리의 바닥에서 반구형의 원호를 안쪽으로 그리며 완만하게 올라온 기형의 풍부한 선은 반구를 지나는 지점에서 원호를 바깥으로 반전시켜 입지름을 향해 급히 기울였다. 이렇게 성형된 기물의 표면에 김수정은 당초문을 추상화 그리듯 자유롭게 망간유로 덧칠했다. 최종 번조 과정을 거치며 바탕의 붉은 결정유와 철화로 그려진 선이 서로 만나 그 경계를 묘하게 용융하며 번지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 작품은 김수정의 전성기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