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 투각 발>(1981)은 김수정의 초기작품으로, 철분이 많은 청자토를 태토로 물레성형하여 화장토를 옅게 바른 후 분청유로 시유하고 환원으로 번조했다. 굽이 조금 높은 수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작가는 본디 이 작품을 어항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큰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물의 외부 장식으로, 자유 곡선의 점토 띠로 발의 둘레를 따라 덧대어 정리한 후 경계선부터 굽까지 잔잔한 파동의 물결무늬를 반복하여 음각했다. 두 번째는 발의 내부 바닥에 반구형의 입체물에 당초 이파리들을 투각했다. 당초 이파리의 잎맥과 가장자리 그리고 줄기를 입체적으로 세세하게 표현했고, 작은 물고기의 놀이터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릇의 내외부 공간에 색감과 질감의 차이를 주는 표현은 김수정의 1970년대 후반 작업에서 이어지는 특징이다. 내부의 투각과 외부의 부조로 어우러진 이 작품은 한층 더 역동적인 형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