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유 병>(1982)은 김수정의 초기작품으로, 분청자토를 태토로 삼아 물레로 성형하여 청록빛이 짙은 녹색유를 시유하고 환원으로 번조했다. 이 작품은 김수정의 고유한 형태인 꽃봉오리와 같은 기형을 띠고 있다. 병의 하단부에 돌아가며 덧붙인 장식은 약간의 양감만으로 마치 꽃받침 같은 형상을 표현했다. 또한 안팎으로 다른 색을 발랐는데, 내부에는 광택이 감도는 백유를, 외부에는 채도가 높은 청록색 유약을 시유했다. 그리고 병의 전 부분에 코발트 유약을 한 번 더 덧칠하여 농도가 짙어진 유약이 내외부에 녹아 흐르도록 유도했다. 내외부에서 나타나는 백색과 청록색의 큰 채도 대비는 기형 외부의 무거운 색감과 대조되며, 작품에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