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은행나무 병>(1985)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청자 작업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청자토를 태토로 삼아 물레로 성형하고 음각으로 장식한 후 청자유를 시유하여 환원으로 번조했다. 이 작품은 은행나무 잎을 모티프로 형태와 문양을 표현했다. 모두 6개의 크고 작은 은행잎을 대칭으로 배치했다. 은행잎의 윤곽선은 도톰하게 성형했고, 그 안의 잎맥에는 가는 선으로 음각했다. 튀어나온 잎의 윤곽선 가장자리는 상대적으로 낮아 시유된 재유가 맺히며 음영을 만든다. 이러한 명암은 은행잎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다. 김수정이 오랜 기간 청자를 탐구하며 체득한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응용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