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2003)은 전통 청자의 제작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한 김수정의 작품이다. 김수정은 물레성형으로 기본 형태를 빚은 후, 판으로 성형한 부분을 접합하고 투각하여 연심과 연잎을 점토로 재현했다. 그는 성형기법과 음각, 투각, 양각 등 다양한 전통 기법을 통해 비가시적인 개념을 작품에 투영했다. 그가 택한 연꽃은 불교의 상징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의 섭리를 매개하는 소재이다. <생명>으로 명명된 이 작품의 제목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작가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 원리와 같은 비가시적 개념을 도자에 반영했다. 이 작품은 김수정이 현대 도자를 제작하는 조형 의식과 제작 기법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