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1992)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1980년대 중반부터 제작한 <생명>연작 가운데 한 작품이다. 청자토로 물레성형한 후 음각으로 꽃잎맥을 선각했다. 청자유를 덤벙시유하고, 산화동유와 유백유로 분무시유하여 환원으로 번조했다. 이 작품은 김수정이 꽃을 단순하게 조형화한 작품이다. 물레로 만든 발과 잔 형태에 각 8개와 4개의 굽이를 주어 발은 꽃잎으로, 잔은 꽃술로 표현했다. 꽃잎과 꽃술은 청자유의 연녹색과 대비되는 연보라 빛이지만, 자극적이지 않도록 채도와 명도를 은은하게 맞추어 두 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 특성을 추상화하는 표현 방법은 작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다. 김수정 역시 오래 관찰한 자연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형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