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1988)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이 중심 주제를 연잎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청자토로 물레 성형하고 청자유를 시유하여 환원으로 번조했다. 이 작품에서 연잎은 크고 둥근 형태로, 불교에서 '부용(芙蓉)'이라 부르는 잎이다. 김수정이 만든 부용은 물레로 성형한 넓은 발의 앞뒤를 살짝 구부려 바람에 흔들리는 연잎처럼 하늘거리는 탄력을 가졌다. 발의 내부는 물레 성형할 때 남은 손자국이 동심원을 그리며 반복되어, 연잎이 핀 연못의 물결을 연상시킨다. 외부에는 연잎의 맥을 표현한 음각의 선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새겼고, 음률에 따라 흔들리는 듯한 미세한 동세를 느끼게 한다. 이는 작가가 생명이란 정지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너지의 총체임을 전하는 조형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