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1985)은 전통 청자의 현대화에 몰두한 김수정의 초기작품이며, 그의 주요 주제인 ‘생명’이 제목으로 명명된 초기 작품이다. 청자토를 태토로 삼아 물레로 성형하고 음각으로 장식한 후 청자유를 시유하여 환원으로 번조했다. 이 작품은 성장이 빠른 식물의 맹아 형상을 차용하여 제작했다. 외부에는 각린(角鱗)이나 주름처럼 보일 수 있는 일정한 간격의 곡선들을 반복적으로 조각했다. 반복하여 겹친 문양과 원뿔형의 형상은 생명이 움트며 성장하는 속도감과 함께 사멸까지 암시한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영향을 받은 김수정의 작품은, 식물의 형상 속에서 생명의 생성, 성장, 소멸의 과정과 순환하는 원리에 대해 관조적 성찰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