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벽)>(1999)은 도자의 쓰임을 배제하고 미적 감상의 가치를 부각시킨 작품이다. 김수정은 자연에서 모티프를 찾아 이를 청자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연잎을 소재로 제작한 후 벽에 부착할 수 있도록 캔버스에 각각 만든 부분을 부착하여 전체 형태를 완성했다. 작가는 마치 접시와 같은 모양으로 빚은 후 잎의 맥을 상감하고, 형태를 변형하여 사실적인 연잎을 점토로 재현했다. 연심과 줄기도 매우 세밀하게 표현했는데, 이러한 표현 방법은 3차원의 입체작업을 회화와 같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연꽃이나 연잎은 불교의 상징으로 깨달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식물이 지닌 생명의 생성과 불교의 상징을 개념적으로 매개하여 청자로 구현했다. 이 작품은 당시 작가의 조형적 개념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