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이 제작한 <백자청화 풀꽃무늬 병>(2003)이다. 김정옥은 대를 이어 전승한 백자 기술을 기반으로 다기와 달항아리, 주병 등을 주로 제작했으며, 문경 일대에서 전승한 망댕이가마로 질 좋은 백자를 굽고 있다. 이 작품의 좌우에 그린 풀꽃문양은 선대부터 즐겨 써왔으며, 청화 외에도 철화안료로 같은 문양을 그렸다. 그의 문양은 오랜 반복을 통해 준비된 도안 없이 대상을 반추상 형식으로 단숨에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팔각으로 면치기한 기형은 무게 중심이 아래로 치우쳐 안정감을 주고 주둥이가 가늘고 길어 상대적으로 몸통의 지름이 부풀어 보인다. 김정옥 특유의 도탑고 부드러운 기형과 따뜻하고 풍부한 유약의 발색으로 오늘의 미감에도 어울리는 고전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 기형은 고려시대 이래 미세한 형식의 변화를 거쳐 전승된 주병 형식이며, 길고 가는 목이 손잡이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