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 장식의 원통형 백자 필통이다. 지름과 높이가 비슷하여 비례에 안정감이 있으며 위아래로 두 줄씩 음각 선을 둘러 대칭적으로 마무리했다. 굽은 안굽 형태이며 접지면에는 유약을 닦아내고 모래를 받쳐 번조했다. 필통의 몸체는 투각기법으로 표현했으며 파초 잎을 교차시켜 그 사이사이를 잎의 모양을 따라 매끄럽게 도려냈다. 잎맥 또한 양각 및 음각기법으로 세부적으로 묘사하여 다양한 기술을 다루는 장인의 능숙함을 엿볼 수 있다. 유색은 옅은 청백색으로, 음각 및 양각한 부분에는 유약이 고여 더욱 푸른빛을 낸다.
조선 후기 백자필통은 붓을 꽂아두는 실용적 기물이자 문인들의 취향을 담은 완상 기물이었다. 당시 문인들은 서책, 골동품, 분재 등을 수집하고 관상하는 문화를 즐겼으며 집과 정원, 서재, 다실 등의 공간에 자연물을 두어 탈속적인 삶에 대한 선망을 드러냈다. 파초 소재 또한 도교적 상징물이자 문인들의 아취를 드러내는 표상으로서 백자에 장식되었다. 18세기 후반~19세기 발달한 물질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