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2004)은 이세용이 형태, 기법 면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확고히 형성한 시기 제작한 작품이다. 청화 기법과 형태에서 원숙미가 느껴지는 대작이다. 형태는 고령백토를 전기물레로 성형했다. 초벌 번조한 후, 기물의 내부에만 그림을 그렸다. 도자공예에서 완(碗)처럼 내부가 깊은 기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선이 닿는 바깥면에 회화를 시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작품의 경우, 형태는 발(鉢)이지만 이세용은 그림 그리기 쉬운 바깥면은 순백자로 두고 속이 깊은 내부에 그림을 시문했다. 외면의 백색과 내면의 푸른 청화의 대비가 담백한 도상과 백색과 더불어 다채로운 도상, 필치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다. 내부에는 수련을 비롯해 물속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세계를 그렸다.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듯 깊은 용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지상과 다른 환경(수중)에 사는 생명들(수련, 도롱뇽, 물뱀, 올챙이, 물고기, 수생식물 등)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 지상 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다양한 수생태계의 도상을 빌어, 현대인들이 상실하고 파괴하는 자연, 생명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