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가슴에 묻고>(1992)는 전통 옹기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조정현의 작품이다. 1970년대 초부터 옹기에 관심을 가졌으며, 전국의 옹기 공방을 찾아 공부한 뒤에 자신의 작업에 융합하여 남다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원시 토템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밝은 갈색조의 타원형 기둥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볼륨과 두께를 조절하여 리듬감과 상승감을 표현했다. 밑의 타원기둥과 바둑알 형태의 볼록한 중간을 지나 다시 잘록한 타원형의 기둥이 몸체를 이루어 소담하게 바라진 오목한 기형을 받쳐 올렸다. 규모는 작으나 위를 향한 경건한 여망이 느껴져 고대 신전의 예기(禮器)를 떠올린다. 변화가 많은 기형은 4개로 나누어 따로 만든 다음 결합했다. 전체는 옹기 기술에 토대를 두었으며, 기형은 삼국시대 토기에, 기벽 전면에 등간격으로 가는 선을 물결치듯 표현한 것은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에서 착안했다. 유연한 조형을 위해 판성형 기법을 사용했으며, 백토에 유색 안료를 섞어 기형과 태토 빛깔에 걸맞게 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