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2009)은 윤광조가 삶의 철학으로 삼은 불교 경전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婆羅蜜多心經, 이하 반야심경)’을 도자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육각면 위에 적점토로 타래를 기울여 가며 한 층씩 쌓아 올린 형태이다. 완전히 건조한 후 백화장토와 흙가루를 섞어 스펀지로 찍어 전체에 도포한 후, 표면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못으로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새겨넣었다. 초벌 후 투명재유로 시유하여 장작가마에서 번조했다. 그는 작업을 하며 마음이 산란하고 흔들릴 때마다 반야심경을 새겼다. 금속의 뾰족한 끝이 화장토 아래 건조된 태토와 만나게 되고, 부드럽거나 때로는 흙조각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딱딱한 부분에 글을 새기는 반복된 과정 속에서 작가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에게 반야심경을 새기는 작업은 경전의 철학인 공성(空性)을 마음속에 되새기는 수행의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