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레독으로 이름난 배요섭 장인이 1995년경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굽다리잔>이다. 유약 대신 소금과 검댕을 먹여 색이 검푸르고 질감이 담백한 푸레독은 배요섭이 독보적이다. 작품은 12cm 안팎의 작은 술잔 세 개를 한 묶음으로 제작했으며, 높낮이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잔은 좁고 깊은 형태이며, 세 점 모두 잔과 잔 받침 사이의 굽다리 중간에 공간을 만들고 네 개의 역삼각형 투공을 등간격으로 뚫었으며, 그 안에 작은 구슬을 빚어 넣어 기울일 때 방울 소리가 나도록 고안한 점이 흥미롭다. 이 기형은 삼국시대 토기의 ‘방울잔’ 형식에서 기원한다. 구슬에는 번조할 때 달라붙지 않도록 백토를 발라 구웠다. 표면에 별도의 문양은 없으며, 규모는 작으나 구조가 복잡하여 잔과 잔 받침, 투각한 굽과 구슬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만든 뒤에 접합했다. 소금유 특유의 발색이 짙은 편이며, 규모는 작으나 고온에서 환원 번조로 푸레기법을 잘 구현하여 발색과 질감이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