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레독으로 이름난 배요섭 장인이 제작한 <사슬띠단지>이다. 유약 대신 천일염과 그을음을 먹여 색이 검푸르고 질감이 담백한 푸레독은 배요섭이 독보적이다. 크기는 작으나 매끄러운 S자 곡선을 가진 기벽의 흐름은 유려한 편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이 구현된 기형은, 쓸모에 최적화된 푸레독의 전형에 가깝다. 푸른빛이 감도는 짙은 발색의 깊이는 푸레기법의 특징이 여실하다. 번조 과정에서 온도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산소를 차단하여 기벽에 의도적인 불연소를 유도하여 검댕을 입히고, 연거푸 소금을 뿌려 맑고 짙은 표면 효과를 끌어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기벽 전체에는 물레질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구현한 수레질 자국으로 규칙적인 승석문(繩蓆文)을 표현하여 문양이 없는 단조로운 기형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밖으로 바라진 구연부에 배요섭 특유의 사슬띠 문양을 촘촘하게 둘렀다. 사슬띠 문양은 손톱 끝에 천을 씌워 천천히 회전하는 물레의 속도에 맞추어 리듬을 타며 새기는 방식으로, 오랜 반복을 통해 몸에 밴 능숙한 솜씨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