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레독으로 이름난 배요섭 장인이 자신의 고유성을 잘 표현한 <시주단지>(2011)이다. 유약 대신 천일염과 그을음을 먹여 색이 검푸르고 질감이 담백한 푸레독은 배요섭이 독보적이다. 신줏단지는 안에 볍씨나 쌀을 넣고 조상신이 깃들었다고 여겨 집안에 정성껏 모셔두고 바라는 바를 기원하던 민간신앙 용구이다. 보통 신줏(神主)단지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성주(聖主)단지, 세존(世尊)단지, 조상(祖上)단지 등의 별칭이 있다. 뚜껑을 갖춘 아담한 단지 형태에 평굽이다. 몸체의 최대 직경을 기준으로 굽과 입시울을 향해 기벽을 가파르게 좁혔고, 중심선 위에 단차를 주어 형태의 안정감을 높이고 시각적 단조로움을 피했다. 짧고 가는 수직의 입시울(전) 중간에는 또렷한 띠를 둘러, 규모는 작지만 특수한 목적을 가진 기물답게 정성을 기울였다. 기형의 절반은 암갈색의 짙은 광택을 띠며, 소금기가 미치지 않은 나머지는 회백색이다. 전용 소금가마에서 1260℃ 고온 환원 번조로 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