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경주 문화유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동제 담배용구 세트이다. 범종 모양 담배합, 재떨이, 용구 받침용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담배합의 형태는 성덕대왕신종과 유사한 범종 모양으로, 종의 머리부터 상단부에 해당하는 부위까지 분리하여 뚜껑으로 만들었다. 종 머리에 달린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과 그를 둘러싸는 용 형태의 용뉴(龍鈕)는 뚜껑의 손잡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음통에 새겨진 무늬는 음각으로, 용의 형태는 양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뚜껑은 보상화 넝쿨무늬를 둘러 장식하였고 그 아래는 보상화 넝쿨무늬로 장식된 사각형 테두리와 총 36개의 연꽃무늬를 양각으로 새겼다. 몸체에는 연꽃 모양으로 장식하였고 그 사이에 불교에서 부처의 소리를 전하는 선녀로 묘사된 비천상(飛天像)을 양각으로 장식하였다. 재떨이는 원통형으로 두 마리의 봉황이 투각되어 있다. 뚜껑의 테두리에는 단을 세워 작은 구슬을 부착하여 장식하였다. 단의 안쪽으로는 국화꽃 무늬를 양각으로 장식하였고, 중앙부분에 봉황 모양으로 투각을 해 담배의 재를 털기 용이하도록 하였다. 바닥면에는 음각한 '경주 사천왕사□(慶州 四天王寺□)' 글자가 남아있어, 경주의 문화유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예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반의 형태는 타원형으로 내면에 담배합과 재떨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두 개의 원형 턱을 두어 제작하였다. 반의 양 옆에는 넓적한 손잡이를 두어 이동시 편리하도록 하였다. 반 내면의 가장자리에는 꽃 넝쿨무늬의 일종인 인동무늬(忍冬文)를 양각으로 장식하였다.
담배합의 밑면에 직사각형 속의 '美'자 표시가 있어 그 제작소를 일제강점기 이왕직미술품제작소로 추정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