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칠한 표면에 십장생(十長生)무늬를 자개로 붙여 장식한 함으로 귀중품 등을 보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방형 함의 모서리 면마다 금속장식인 고춧잎형 감잡이장석을 대었고 세 면의 귀퉁이를 고정시켜주는 귀잡이 장석을 대었다. 뒷면에는 두 개의 경첩을 연결해 여닫을 수 있도록 하였다.
문양은 전복,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물건의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기법인 나전으로 장식하였다. 윗면에는 도안화된 수(壽)자무늬를 중심으로 좌우에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복숭아나무와 구름, 학을 대칭으로 배치하였다. 앞면에는 자물쇠 바탕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닭의 형상에 가까운 봉황 두 마리를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하고 그 주변은 대나무무늬로 가득 매웠다. 오른쪽에는 두 마리의 새가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하고 주변은 매화나무를 채워 넣었다. 봉황은 오동나무에 살며 대나무열매를 먹고 산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이렇게 대나무와 함께 무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나무의 잎은 자개를 모양대로 잘라 붙이는 주름질로 시문하였고, 대나무의 마디는 자개를 길게 잘라 뚝뚝 끊어서 연결하는 끊음질로 시문했다. 대나무 잎과 죽순, 봉황의 깃털은 자개 표면을 긁어내 세부적인 표현을 하는 ‘모조법’으로 묘사하였다. 이렇게 두 마리의 동물을 짝지어 배치하는 것은 장수와 함께 부부 사이의 금슬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자물쇠 바탕 아랫부분도 비워두지 않고 모란꽃 무늬를 시문하였다. 함의 왼쪽 옆면에는 국화무늬를, 오른쪽 옆면에는 모란꽃무늬를 주름질과 끊음질을 이용해 시문하였다. 이 함에 장식된 문양의 소재들은 길상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많이 나타나는 도안 구성이다. 이 함은 조선시대 후기 나전칠기에 사용된 무늬 중 가장 대표적인 십장생무늬가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