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화병>(1984)은 윤광조가 1970년대부터 제작한 전형적인 화병 형태에서 약간 변형한 작품이다. 이 화병은 적점토를 태토로 기형을 성형했다. 전보다 동체 부분이 약간 넓은 형태로, 물레 성형한 다음 전 부분을 눌러 변형했다. 기면 전체에 백화장토를 귀얄로 바른 다음 지푸라기와 대칼로 자유로운 선들을 그어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초벌 후 투명재유로 시유하여 산화 번조했다. 윤광조는 1980년대 초반부터 물레성형이 갖는 정형화된 조형에 한계를 느꼈다. 물레성형으로 나온 대칭형은 본인이 제작하는 현대 분청사기에는 적합한 형식이 아니라 판단하여 새로운 형태 연구를 시작했다. <분청사기 화병>은 이러한 형태 실험의 과정 중 제작되었다. 굽은 낮게 깎아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는 대신 몸체 아랫부분의 반구형 곡선을 강조했다. 물레로 속도감 있게 제작한 화병의 안쪽에는 물레흔이 남아있다. 바깥쪽에는 백화장토를 바른 후 귀얄의 불규칙한 붓자국 효과를 배경으로 기면 전체에 다양한 느낌의 선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