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판을 흑칠하고 자개로 대나무무늬와 시를 장식한 나주반 형태의 소반으로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한 나전칠기 상품이다. 나전 소반이 들어있던 포장용 나무상자가 남아있어 당시의 제품명이 ‘螺鈿四隅冊床盤(나전사우책상반)’이라는 것과 생산자 정보를 알 수 있다.
소반은 전라남도 나주지방에서 만든 소반의 형태이다. 천판은 직사각형의 네 모서리를 짧게 접은 모양으로 테두리를 따라 전이 붙어 있으며, 천판 아래로 조각된 운각을 달고 네 개의 기둥형 다리를 장부촉 짜임으로 운각에 끼워 맞췄다. 다리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얇아지며 다리 중간에는 일자 모양의 중대(中帶: 가락지)가 물려 있고, 다리 끝에는 족대를 달았다. 나전 장식은 천판 윗면에만 있다. 흑칠 바탕에 자개를 모양대로 오려서 붙이는 주름질 기법으로 대나무무늬와 두보(杜甫)가 지은 시 <嚴鄭公宅同詠竹>의 일부 구절*을 나타내었다.
소반 천판의 아랫면 모서리에는 금색으로 사각형 구획의 ‘미(美)’자가 전사되어 있으며, 포장상자 뚜껑 안쪽에도 초록색의 ‘조선미술품제작소조(朝鮮美術品製作所造)’ 인장이 있어 조선미술품제작소(1922~1936년)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두보(杜甫)의 시 <嚴鄭公宅同詠竹>의 일부 구절
色侵書帙晚 대나무의 색은 책에 비치어 빛이 어둡게 느껴지고,
陰過酒樽涼 대나무의 그림자는 술통을 지나가 시원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