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華角)으로 장식한 약통이다. 화각(華角)이란 소의 뿔을 얇게 펴서 투명하게 하여 일정한 크기로 만든 각지(角紙) 안쪽 면에 광물성 안료(顔料)로 무늬를 그려 무늬가 그려진 면을 나무로 만든 물건 위에 덧붙여서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화각은 제작 과정이 복잡하지만 색채가 화려하고 장식성이 뛰어나다.
이 유물은 휴대용 약통으로 알약을 보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반원형 형태의 합으로 뚜껑을 분실하지 않게 줄로 묶어 연결하였다. 줄은 몸체의 내부에 부착된 두 개의 고리에 각각 연결되어 있으며 뚜껑에 뚫린 두 개의 구멍을 통해 나와 중앙에서 하나의 매듭으로 엮여져 있다. 몸체에는 높이가 있는 턱을 두어 뚜껑이 맞물리도록 하였다.
뚜껑의 윗면에는 붉게 칠한 화각에 ‘丸草靈(환초령)’이라는 글자를 적고 윗면의 테두리를 장식적으로 그렸다. 몸체의 앞면에는 두 마리의 학을 크게 배치하여 그렸고, 그 주변을 소나무, 영지버섯, 구름을 그려 장식하였다. 뒷면에는 물결치는 파도 위에 현무를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