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동물 기린이 장식된 뚜껑이 있는 청자 향로로 고려청자 전성기인 12세기에 만들었다.
맑고 선명한 비취색을 띠며 군데군데 빙열이 있다. 기형은 균형 잡혀 있으며, 장식의 세부 표현이 섬세하여 조형미가 뛰어나다. 유약층의 균열이 일부 보이지만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이 향로는 향을 피우는 노신부와 향 연기가 나오는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을 피우고 뚜껑을 덮으면 연기가 뚜껑 안쪽의 구멍과 속이 빈 기린의 내부를 통과하여 기린 입속 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오도록 만들었다. 기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노신부 세 개의 발 상단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자 얼굴을 양각으로 장식하여 마치 세 마리의 사자가 향로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원통형의 몸통에는 음각한 구름무늬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으며, 그 위로 완만한 기울기로 벌어진 폭이 넓은 전이 둘러져 있어 향로 뚜껑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전 윗면에는 음각 구름무늬 네 개만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여 몸통과 대조적으로 여백의 미를 살렸다. 뚜껑 윗면은 완만한 곡면을 이루고, 뒤를 돌아보며 꿇어앉아 있는 기린의 모양을 본뜬 장식이 붙어 있다. 뚜껑 옆면에는 뇌문(雷文)과 윗면 가장자리를 따라 여의두문을 음각하였으며, 기린의 세부 모습도 음각 기법을 사용하여 세밀하게 표현하였다. 기린은 뚜렷한 이목구비, 이마에 길쭉한 뿔 하나, 곱슬곱슬한 갈기, 턱을 따라 길게 붙어 있는 수염, 불꽃모양 같은 넓적한 꼬리, 네 개의 발가락과 발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뚜껑 안쪽에는 내화토 모래빚음 받침 자국과 노신부 바닥에 규석받침 자국이 남아있어 당시의 번조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 기린은 예로부터 용, 거북, 봉황과 함께 상서롭게 여겨진 상상의 동물로 털은 오색이고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 있으며,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과 같은 발굽과 갈기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