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구가 1980년대 중반에 제작한 청자 향로이다. 기형은 고배형 기대 위에 둥근 단지형의 그릇을 얹은 뒤, 손잡이가 달린 반구형의 돔(dome) 형태로 뚜껑을 따로 만들어 결합했다. 높은 원통형 기대에는 세 가닥의 대나무잎을 펼쳐 사방에 투각했다. 낮고 둥근 몸체의 상부에는 백상감으로 두 개의 동심원을 새겼고, 중앙에는 초문을 백색과 적색 화장토로 상감하고 양쪽에는 당초문 형태의 귀를 달아 장식했다. 돔 형태의 뚜껑에는 꼭짓점을 중심으로 뻗치듯 흐르는 강직한 선을 남기고 여백을 투각하여 향을 피워 올리도록 구성했다. 작가는 기형의 모티브에 동서양의 전통적 구조를 융합하여 새로운 형식미를 시도했다. 기대는 삼국시대 토기를 연상케 하며, 청자의 기형과 중세 서양건축의 구조를 각각 끌어와 향로에 걸맞은 기능적 조형을 완성했다. 구조가 복잡한 듯하면서도 향을 비워 올리는 정중한 기능을 향해 통일된 내재적 질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