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청자 접시는 황종구가 물레성형으로 ‘발’을 빚은 후 모란과 당초문으로 장식했다. 작품의 구연부는 바깥으로 향해 넓게 외반하고, 굽은 낮다. 그는 전통적으로 부와 장수를 바라는 길상적 모티프와 현대적 표현을 동시에 이 작품에 새겼다. 작가는 접시 내부에 화장토를 얇게 바른 후 박지(剝地)한 모란꽃과 이파리를 가득히 배치하였다. 모란꽃 위에는 붉은색 화장토로 모란꽃의 꽃술을 타원형으로 간결하게 그렸다. 이 문양은 황종구가 불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전통 도자를 이 추상적 표현 하나를 통해 현대 도자로 전환했다. 작가는 비록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으나, 전통 청자를 현대 도자로 변주하는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