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그릇>(2003)은 반상기 중 찬을 담기 좋은 소형 정사각접시다. 판 성형한 후 사각 띠를 엇갈리듯 이어 붙여 기벽을 만들었다. 마치 돌우물의 정(井)처럼 엇갈려 붙인 형태가 모던하면서도 조형적으로도 재미가 있다. 형태가 한식 반상기 구성으로 어울린다. 이세용은 백색도 좋은 표면 위에 산화코발트로 생경한 도상을 가득 그렸다. 다양한 선의 굵기와 농담 대비 그린 면 분할이 마치 모노크롬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유연상 기법으로 연관성이 없는 도상을 화면에 손이 가는 대로 그렸듯 이세용 역시 머리에 떠오르는 자연물, 인공물, 도시풍경, 우주 등 다양한 도상을 붓 가는 대로 기물의 표면에 그렸다. 이세용은 구상과 추상이 병치된, 형상이 모호한 화면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의 혼란, 경계 불분명한 세계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