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2015)은 다구 구성 중 소형기물인 찻잔이자 술잔이다. 작은 찻잔조차 실용기로 장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형성을 가미한 작가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이세용은 2014년부터 은채(銀彩) 도자기를 시도했다. 은채는 재벌로 구운 도자기 위에 은을 입혀 높은 온도에서 번조한다. 가마에서 꺼낸 후 연마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해야 할 만큼 제작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 이세용은 고령 백토로 물레 성형한 잔을 초벌구이한 후, 산화코발트 안료를 짙게 발라 재벌했다. 다시 은 유약을 바르고 굽고 연마하길 여러 번 거듭해 <잔>을 완성했다. 붓으로 은 유약을 바를 때, 어두운 바탕색을 모두 덮지 않고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사각형을 남겼다. 마치 추상화 같은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