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2005)는 현대인의 일상 풍경을 도자 기물의 표면을 화면으로 삼아 그렸다. 고령 백토를 물레 성형한 후 산화코발트로 그림을 그려 환원 번조하여 제작했다. 형태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처럼 기형이 뾰족한 발형이다. 과거에 비해 산화코발트의 농도를 유화물감 사용하듯 더 짙게, 두텁게 사용했다. 세로가 긴 기형에 맞춰 아버지와 그의 손을 잡고 길가에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그렸다. 어두운 밤에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 밑에서 한 손에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와 퇴근 후 돌아올 누군가를 마중 나가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이다. 과거 육아는 여자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이제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고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작가는 생전 여성의 사회 활동과 여권 신장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남녀의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현대인들의 초상을 도자기에 모노크롬 색채로 거침없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