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2004)는 2000년대 이세용이 백자를 화폭 삼아 청화를 비롯한 산화크롬, 진사채 등을 병용해 다양한 채화를 시도했던 시기 작품이다. 이세용은 물레 성형한 후 바깥면을 팔각으로 나누어 깎아 기물의 형태를 제작했다. 발의 내부에는 한 쌍의 새 나뭇가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풍경을 그렸다. 수컷 새는 청화로 담채와 점묘를 섞어 그린 후 붉은 진사로 벼슬을 그렸다. 암컷은 두부는 청화로, 몸은 맑은 오렌지빛 안료로 그린 담채 위에 청화로 점묘하여 묘사했다. 한 쌍의 새는 나뭇가지 끝에 달린 녹색 잎사귀에 시선을 두고 있다. 봄날 푸른 잎이 달리 나뭇가지 밑에 암수 한 쌍이 마주 보는 풍경은 부부의 화합, 가족의 안녕을 비는 길상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