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이세용이 조선 민화에서 착안하여 이를 청화로 표현한 도판 및 사각 접시다. 이세용은 2000년대 이후 청화를 모노크롬 회화처럼 사용하며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다채로운 회화를 시도했다. 식기로 사용 시, 사용자가 잡기 편하고 넓은 그릇이 지루하지 않도록 그릇의 양 끝 선을 마치 완만하게 굽어진 처마선 반곡처럼 들어올렸다. 전면에 청화로 호랑이를 화면의 상단, 우측의 꽃이 핀 나뭇가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듯 구도를 올려 그렸다. 윤곽선 없이 한 번의 붓으로 그리고 채색했다. 호랑이 앞에 그린 돌은 다른 도상과 함께 삼각형 구도를 형성한다. 화면 속 호랑이는 근엄한 모습이 아니라 눈을 지그시 감고 싱그러운 꽃향기에 흠뻑 취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세용의 <호랑이>는 용맹과 위엄 대신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천진난만하게 꽃 앞에서 친근하게 웃고 있는 호랑이가 마치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