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1985)은 이세용이 여러 서양화풍을 섭렵한 후, 도자 재료와 화법으로 새롭게 타진하는 과정에서 접시를 캔버스 대신 화폭으로 삼아 그린 작품이다. 이세용은 1985년부터 회화에 적합한 여러 재료 및 번조 실험과 더불어, 서구 근현대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회화 화풍과 주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여인>에서 그는 물레로 성형한 접시 위에 푸른 빛 환원용 고화도 안료를 여러 번 붓으로 겹치듯 발라 바탕을 마련했다. 그 위에 붉은색 산화철로 거침없이 여인의 신체를 그렸다. 여성의 유방을 강조한 몸은 정면을, 두상은 측면을 그려 마치 인물이 몸을 뒤튼 동세가 강하게 느껴진다. 산화철 유약과 환원용 고화도 안료를 사용한 푸른 빛 바탕의 물성, 색채 대비가 확연하다. 이세용은 인체의 형태를 강하고 예리한 도구로 마치 긁어내듯 그렸다. 강한 스크라피토(음각)기법, 그리고 예리한 눈매에서 인물의 감정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