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합>(2012)은 이세용이 직접 개발한 짙은 담청색 유약 위에 은채(銀彩)를 적용해 제작했다. 은채는 재벌로 구운 도자기 위에 은을 입혀 높은 온도에서 번조한다. 가마에서 꺼낸 후 연마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해야 할 만큼 제작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 <이층합>은 이세용이 고령백토로 물레성형한 잔을 초벌구이한 후, 짙은 담청색 유약을 시유해 재벌구이했다. 표면에 은채로 세필을 이용해 다양한 도상을 기물의 표면에 그렸다. 뚜껑에는 모란을 연상시키는 큼직한 꽃과 호랑이의 발, 무당벌레를 그렸다. 윗단에는 애벌레, 꽃, 잎이 달린 나뭇가지, 병, 당초 문양 등을 엇갈려 그렸다. 아랫단에는 꽃밭에서 노는 여우와 나비를 그렸다. 민화를 참조하여 자연의 생명성과 현대사회 문명을 상징하는 도상을 화면에 빼곡하게 그린 작가의 화풍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