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합>(2006)은 사과를 모티브로 뚜껑을 디자인한 합(盒)이자 생활 식기다. 작가 본인이 직접 제작한 브로슈어에 반드시 수록할 만큼 작가의 대표작이다. 직접 개발한 진사를 뚜껑 전면에 시유했다. 사과 꼭지는 일일이 손성형하여 부착한 후 산화철을 붓으로 시유했다. 붉은 진사의 색채와 강렬함이 하부 깊은 백자 보울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백자보울 내부에 청화로 ‘주먹을 쥐고 있는 손’을 그렸다. 사용자가 뚜껑을 열 때 반전 혹은 시각적 재미가 있다. 뚜껑이 있는 기물은 성형과 유약 시유 등 제작 과정이 번거롭다. 그러나 요리 이후 테이블에 서빙까지 자칫 음식 온도가 식거나 수분이 마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요리를 먹는 사람도 대접받는 듯한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사과합>은 특히 죽, 스프 등 따뜻한 전채 음식이나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에 두루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