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는 이세용이 중국 이싱[宜興市] 자사호(紫砂壺) 제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유 없이도 물이 새지 않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제작한 첫 작품이다. 자사호처럼 무시유 번조로 구워도 물이 새지 않는 도자를 제작하고자 했다. 오름(장작) 가마 번조는 자연재가 자연스럽게 기물에 쌓여 자연스러운 색감, 흔적을 만든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청토로 손성형하여 항아리를 제작했다. 불의 흔적으로 갈색빛 그라데이션 효과를 배경으로 살려 달밤 풀에 올라 우는 귀뚜라미 풍경을 산화철과 고화도 환원 안료로 그렸다. 자연스럽게 화면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항아리의 하단부를 굽 없이 편평하게 처리해 지선(地線)처럼 보인다. 마른 소재를 꽂기에 좋은 화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