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2005)는 입구가 좁고 몸체가 구처럼 둥근 기형으로 2003년 이후 이세용이 개발한 백자항아리 디자인의 전형이다. 이세용의 백자항아리는 구형으로 부피감이 크고 대칭형이다. 이세용은 생전 항아리, 사과합, 보울 등의 구형태를 변형한 기형을 많이 디자인했다. 그는 둥근 항아리는 ‘담음’이라는 공예의 기능성을 가장 잘 표상하는 형태이기도 하고. 구가 모든 존재의 터전인 지구의 상징적 형태라고 생각해 자주 사용했다. <무제>는 둥근 구형 항아리 표면에 산화철로 새를 큼지막하게 세 줄을 지그재그로 엇갈려 패턴화했다. 둥근 항아리의 표면-창공으로 삼아 하늘을 나는 새 무리처럼 자유롭게 무리 지어 비행하는 붉은 철(鐵)새가 떠오른다. 이세용은 항상 새의 몸을 길게, 눈매와 부리를 매섭게 그렸다. 다리도 유난히 굵고 강인하게 묘사했다. 이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새의 매서운 시선과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세용은 하늘을 날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너른 시야로 내려다보는 새를 보며, 신의 전령사처럼 매서운 눈과 발의 형상으로 생을 사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