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2004)는 화병으로 인간의 귀(耳)처럼 손잡이를 상부에 대칭으로 부착한 직선형 기형이 특징이다. 마치 인간의 얼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항아리 배부분에 큼지막한 청화 필치로 봄철 새순이 돋은 버드나무 나뭇가지를 과감하게 화면을 가로지르듯 그렸다. 그 밑에는 물가를 유영하는 오리 한 쌍을 그렸다. 이 작품에는 숨은 언어유희가 있다. 한자의 발음과 의미상의 연관을 통해 깊은 함축을 담는 쌍관의(雙關義)의 활용은 한시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오리‘압(鴨)’은 파자(破字)하면 장원급제를 나타내는 ‘갑(甲)’의 뜻이 된다. 따라서 버드나무 밑 두 마리 오리는 소과와 대과에 급제하란 뜻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수험생, 취업준비생에게 선물하면 좋을 의미를 담고 있다. 나아가 오리 한 쌍은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 봄날 새순이 돋는 나뭇가지 밑에 오리 한 쌍이 유영하는 풍경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인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에게 선물하기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