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979)는 요업기술원에서 재직할 당시 실험으로 획득한 균열유와 진사채를 생활 식기에 적용한 작품이다. 균열유를 시유한 면 위에 한국 전통 도자에서 점채(點彩) 혹은 부분적으로 사용했던 진사를 대범한 필치로 시도했다. 진사를 유화물감 사용하듯 항아리 표면에 과감하게 표현해 획득한 회화성이 돋보인다. 작가는 둥근 항아리 형태를 고령 백토로 물레 성형했다. 둥글고 완만한 곡면을 따라 아우르는 줄기를 환원염에서 잿빛을 띠는 녹유로 그렸다. 줄기를 기준으로 좌우로 화면을 나누어 좌측 3개, 우측 3개 총 6개의 붉은 나리를 배치했다. 진사 채화 후 균열유를 시유하고 1280도 환원 번조했다. 붉은 팥죽색 진사채와 밝은 갈색빛이 균열마다 스며든 밝은 표면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