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기증특별전을 열며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이후 각계각층에서 기증해주신 금속공예 자료를 모아 첫 번째 기증특별전시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유리지 작가의 기증 작품 327점을 비롯하여 김승희, 김여옥, 서도식, 신혜림, 이봉주, 정영관, 정용진, 조성혜, 최현칠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쓰임과 아름다움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치열한 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들의 작품은 우리 삶을 보다 의미 있게 합니다. 오랜 숙련과 예술혼으로 완성된 금속공예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기증의 뜻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유하는思惟 공예가 유리지
유리지는 자연의 순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매 순간을 아름답고 품격 있게 만들고자 한 공예가입니다. 그는 1970년대 미국 유학 후 견고한 금속의 물성을 깊은 시정詩情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지속하였고 한편으로 쓰임에 충실한 공예품을 만들었습니다. 후학을 양성하는 선생이기도 했던 유리지는 2004년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을 설립하며 한국 현대공예 발전에 또 다른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많은 활동을 뒤로하고 2013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남겨진 작품들을 정리하여 유리지를 기리기 위해 노력해 온 유족들은 2022년 327점의 작품과 자료를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유리지가 평생에 걸쳐 작업한 작품과 자료를 감상하며 바람과도 같이 자유로웠던 그의 사유의 여정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