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꽃이 피다
자수, 꽃이 피다
전시구분 | 상설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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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1.07.16 ~ |
전시장소 | 전시3동 2층 |
전시유형
직물공예, 기증.기탁
전시소재
섬유, 종이
키워드
자수, 병풍, 복식, 자수도구
전시3동 2층
1. 자수,
우리 전통 자수는 삼국시대(기원전 57~기원후 668)에 이르러 크게 발전하였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통일신라 흥덕왕 9년(834)에 귀족 이외는 자수 장식 의복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자수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오래된 자수 유물은 사슬이 연결된 모양의 수가 놓여 있는 조각천이 대부분이다. 평양 석암리 214호분(1~2세기)과 신라 황남대총(4~5세기), 백제 무령왕릉(6세기)에서도 유사한 조각천이 발견되었다. 고려시대(918~1392) 자수 유물로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 발견된 향낭을 비롯하여 안동 태사묘에 소장된 자수 직물 등 다수가 남아 있다. 조선 후기와 근대 자수 유물은 매우 많다. 이는 세월이 많이 흐르지 않아 보존이 잘 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시기에 바느질과 자수를 여성들의 기본 규범으로 강조하였던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2. 실로 그리는
자수 기법으로 만든 대표적 작품은 자수 병풍이다. 갈대와 기러기 무리를 표현한 노안도(蘆雁圖) 같이 회화에서도 자주 다루는 주제나 이미 그려진 그림을 그대로 수를 놓아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리기와 수놓기라는 서로 다른 기법을 하나의 화폭에 함께 사용하여 표현 방법의 경계를 뛰어넘은 작품도 있다. 자수 병풍은 그림 병풍보다 제작에 품이 많이 들지만, 입체적이고 화려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이유로 통일신라시대 이래 자수 병풍은 귀족과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호사품이었다.
3. 염원의 마음,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누구나 죽기 때문에 현생에 대한 애착과 사후의 평안함을 염원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는 동안은 다복하게, 사후에는 좋은 곳으로 가거나 환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 저녁에 지고 아침에 새롭게 피어나는 연꽃에는 환생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고,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었던 복숭아로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석류가 어린아이를 보호한다는 설화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소원할 때는 석류를 수놓았다.
4. 행복의 마음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에 소망이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자수가 있다. 병풍처럼 크고 화려한 물건을 비롯하여 늘 몸에 지니고 활용하는 주머니, 안경집, 보자기와 옷, 쓰개, 신발에도 원하는 문양과 글자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조선 후기에는 자손이 번성하고 오래 살며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장수와 복을 함께 의미하는 ‘壽福(수복)’이라는 글자를 즐겨 수놓았다. 침실에서 사용한 향주머니에도 복(福)을 상징하는 박쥐를 수놓아 소망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5. 새기다
자수의 역사는 길지만 제작자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조선 시대에 궁에서 필요한 자수품을 제작한 수방(繡房) 나인들의 이름이나, 자수 솜씨가 뛰어난 인물에 관련된 일화가 더러 남아 있을 뿐이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구식 신문물의 영향으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자수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하여 근대 여성들을 위한 신교육 과목으로 선택되었다. 1932년에 설립된 조선여자기예원은 직물공예품을 생산하여 그 노임으로 학비를 충당하는 실업 교육을 실시하였다. 근대 국가 형성기의 자수가 예술적 가치를 확보하였을 뿐 아니라 장식 미술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제작자의 이름이 비로소 작가 이름으로 기록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