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에도 이어지는 길
2026 서울공예박물관 X 서울문화재단 공예동행@쇼윈도 #5
죽음은 삶의 저편에 놓인 거대한 종말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머무는 또 하나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장례문화에서 꽃상여의 화려한 색채와 꼭두의 해학은 죽음을 삶과 완전히 단절된 사건이 아닌, 익숙했던 존재가 새로운 길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바라보았던 시선을 보여줍니다.
《사라진 뒤에도 이어지는 길》은 이러한 전통 장례문화의 시선에서 출발해 상여의 의미를 동시대적인 공예 언어로 풀어냅니다. 김아야는 양모 펠트와 노방, 한지 등 섬유 재료로 언덕과 길, 흐르는 공간을 만들고, 김예슬은 도자로 만든 말, 닭, 잉어, 기린, 학을 배치해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동물들은 출발과 분해, 흐름과 이동, 그리고 재구성에 이르는 존재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섬유와 도자는 하나의 풍경 안에서 만나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의 경계를 드러냅니다. 쇼윈도 너머로 이어지는 동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떠나간 존재와 남겨진 기억,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삶의 가능성을 마주합니다.
※ 서울공예박물관 ‘공예동행@쇼윈도’ 전시는 공예작가들로부터 콘텐츠를 직접 제안 받아 진행하는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으로,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젊은 공예작가들과 협력하여 진행합니다.
참여작가 김아야 김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