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베인 기억을 묻다
2026 서울공예박물관 X 서울문화재단 공예동행@쇼윈도 #4
현대사회는 고도화된 시스템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만든다. 거북목, 디지털 중독, 회피 성향과 같은 습관들은 단순한 생활의 버릇이 아니라, 시간이 축적되며 신체와 정신에 깊이 각인된 삶의 흔적이다. 이러한 습관은 어느새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아를 잠식하며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우리를 소리 없이 구속하는 부정적 습관을 주술적 대상이자 현대의 토템으로 바라본다. 김도영과 박지은은 형체 없는 불안과 강박, 관성을 공예적 물성과 조형 언어로 가시화함으로써, 시대의 결핍과 뒤틀린 삶의 풍경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공예가 기능적 사물을 제작하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기록하고 치유하는 서사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이들 작가는 쇼윈도의 프레임 안에 현대인의 부정적 습관을 상징하는 토템을 봉인하듯 배치함으로써, 쇼윈도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관성을 가두는 제의적 공간으로 전환한다. 관객은 유리 너머 박제된 토템을 응시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익숙한 습관과 마주하게 된다.
쇼윈도 속에 봉인된 것은 단지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만들었던 기억과 불안, 그리고 쉽게 끊어내지 못했던 삶의 관성이다. 이번 전시는 공예가 사물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시대의 심리를 기록하고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며 삶을 치유하는 영적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 서울공예박물관 ‘공예동행@쇼윈도’ 전시는 공예작가들로부터 콘텐츠를 직접 제안 받아 진행하는 시민 소통 공예프로그램으로,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젊은 공예작가들과 협력하여 진행합니다.
참여작가 김도영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