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염원을 그리다
자수, 염원을 그리다
| 전시구분 | 상설전시 |
|---|---|
| 전시기간 | 2025.12.20 ~ |
| 전시장소 | 전시3동 2층 |
전시유형
직물공예, 기증.기탁
전시소재
금속, 섬유
키워드
자수, 병풍, 복식, 자수도구
1. 우리 자수의 역사
우리 전통 자수는 삼국시대(BC 57~AD 668)에 이르러 크게 발전하였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고대 자수 유물들은 사슬이 연결된 모양의 수가 놓인 조각천이 대부분이다. 평양 석암리 214호분(1~2세기)과 황남대총(4~5세기), 백제 무령왕릉(6세기)에서 이러한 수가 놓인 조각천들이 발견됐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흥덕왕이 834년 성골 귀족 이외에 건축, 복식, 교통수단에서 자수 장식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실려 있는데, 통일신라 시대 자수의 위세와 상류층에서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시대(918~1392) 자수 유물로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 발견된 향낭을 비롯하여 안동 태사묘에 소장된 직물 등 다수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와 근대의 자수 유물은 매우 많다. 이는 현재와 가까운 시대라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려시대까지는 바느질과 자수가 주로 소수의 전문적 기량을 가진 수장(繡匠)에 의해 제작되던 것과 달리 이 시기에는 여성들의 기본 소양으로 강조되던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2. 金枝玉葉 티없이 무럭무럭 자라라
아이의 웃음은 집안을 밝히는 햇살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유아 사망이 잦던 시대, ‘무탈한 성장’은 무엇보다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부모와 어른들은 작은 옷고름 하나에도 깊은 정(情)을 실어 바느질했고, 옷과 신발, 모자에 장수와 복을 부르는 문양을 수놓았습니다. 병풍 속 아이들은 연을 날리고, 책을 펼치고, 놀이를 즐기며 계절과 공간을 누빕니다. 신혼부부나 여성들의 생활공간에 놓이던 백동자도 병풍은 단순한 풍속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들의 뒤를 이어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무병장수’와 ‘다복(多福)’의 기원을 시각화한 기원문이기도 했습니다.
3. 富貴多男 자식 많이 낳고 행복해라
부귀와 다산은 한 집안이 대대로 번창하기를 바라는 오랜 염원이자, 삶의 행복을 상징하는 소망이었습니다. 혼례의 날 신부가 치마, 저고리 위에 입은 활옷에는 모란, 석류, 박쥐 같은 문양을 촘촘히 배치하였습니다. 복(福)을 상징하는 박쥐(蝠)가 나는 가운데 꽃 중의 왕 모란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그 옆 석류에는 알이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이 색색의 실로 정교하게 활옷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활옷에서는 그 옷을 입고 결혼하는 주인공 부부가 존귀한 존재가 되고, 아이들도 많이 낳아 해로하기를 바랐던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습니다.
4. 牧民之官 뜻을 다해 백성을 살펴라
출세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신만의 영달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봉사하는 데 있습니다. 자수 만민송덕 병풍은 고을 사람들이 청렴하고 인애로운 지방 목민관의 공덕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한 공동의 기념물입니다. 화폭을 가득 채운 글귀와 이름, 지명과 시구는 ‘좋은 정치’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평온함으로 체감되었음을 증언합니다. 관리의 예복인 조복과 그 가슴에 달리는 흉배에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백성에 대한 책무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 한 고을의 평안을 지키려는 뜻은 지금도 우리에게 울림을 줍니다.
5. 壽福康寧 건강히 오래 살고 평안해라
오래 살고, 복을 누리며,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것은 시대와 계층을 관통하는 보편적 염원입니다. 노안도 속 갈대와 기러기는 노년의 평온을 빌고, 사계분경도는 계절별로 다른 꽃이 핀 화분을 통해 생의 순환과 회복을 상징합니다. 계절이 돌아오듯 건강도 평안도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수놓은 듯합니다. 한편, 곽분양 행락도는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고 부귀와 장수까지 누린 장군이 연 잔치 장면을 담아, 집안 번창을 기원하는 뜻을 은유적으로 담았습니다. 자수의 색실마다 담긴 깊고 간절한 기도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6. 極樂往生 내세에 복되어라
삶의 끝에서 사람들은 내세의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부처와 보살, 경전, 존자 등 삼보(三寶)를 정성껏 수놓은 가사는 천불(千佛)의 자비와 서원을 직물 위에 펼쳐, 누구나 복을 짓고 극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시각화했습니다. 작은 주머니와 방석, 염주와 천 조각 같은 일상 사물에도 ‘편안한 이별’과 ‘복된 내세’를 비는 글과 문양이 깃들었습니다. 혼례복처럼 생의 절정에 입던 옷이 훗날 수의로도 사용되곤 했다는 사실은, 시작과 끝을 한 자락 천으로 잇는 우리 옛사람들의 생사관을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