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학자 아르놀트 반 헤네프가 고안한 '통과의례'는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례를 뜻한다. 통과의례는 과거 원시 부족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시스템이었으며, 영웅 신화에서는 소년소녀가 죽음에 버금가는 시련을 겪은 뒤 새로운 영웅적 존재로 재탄생하는 이야기의 구조로 사용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과의례의 개념은 다양한 사회 공동체에 적용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고자 하는 현대인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수반하고 있다.
이시평과 강인규는 각자만의 고유한 형식을 찾아 나가고 있는 신진 작가들로, 본 전시를 통해 일생에서 경험하는 변화의 양상들을 조형 작품으로 집약하여 나타내고자 한다. 이색적인 재료-금속과 PLA-를 혼합하여 탄생한 작품은 마치 벽을 뚫고 자라는 식물처럼 휘어지고 솟아오르며, 전시장의 공간을 점유한다. 극적인 형태로 편집된 작품은 비록 고정된 조각의 상태로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또 다른 내일의 움직임을 예고하는 유동적인 에너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고민이 확신으로, 다시 확신이 고민으로. 반복되는 통로 속에서 멈추지 않고 생동하는 이들의 다음 단계는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까.
※ 서울공예박물관 ‘공예@쇼윈도’ 전시는 공예작가들로부터 콘텐츠를 직접 제안 받아 진행하는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으로,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젊은 공예작가들과 협력하여 진행합니다.
참여작가 이시평, 강인규